

3월 9일 일요일
블랭크북 다꾸 중에 제일 맘에 드는 페이지!! 예전에 뽑아뒀던 프박을 써줬는데 스티커랑 분위기가 너무 잘어울리는 것...
이 날 혼자 코노 다녀왔다 혼코노도 몇년동안 하다보니 뭔가 예전보다 수월하게 불러지는 걸 느끼고 있음 물론 여전히 노래 못부름~


3월 10일 월요일
해가 길어지는 건 정말 반가운 소식! 난 더위를 정말 잘타서 여름을 아주 싫어하지만... 해가 긴 것 만큼은 정말 좋아해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계절부터 기분이 들뜬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라는 노래를 '제대로' 처음 들은 날! 이게 이렇게 아련하고 슬픈 노래였냐고ㅋㅋㅋㅋㅋ 항상 긴토키 스탠드편에서 엉망진창으로 불렀던 것만 알고 있었는데 아니 스기타는 이 명곡을 어떻게 그리 부른 거임?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왜 어머니가 제대로 부르지 못하겠니? 라고 하셨는지 알겠다 ㅋㅋㅋㅋ
학원베이비시터즈!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틀어뒀는데 첫화부터 찐으로 눈물났음... 습관적으로 병원 앞에서 부모님한테 전화하려다 울음 터지고 형이 엉엉 울고나서야 동생도 울고... 그 마음 모르지 않으니까 어린 나이에 힘든 상황에 처했는데 약한 모습 보일 수 없었던 그 마음 너무 알지...ㅠㅠ

3월 11일 화요일
썸비 양장노트로 한달만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모눈버전인데 확실히 다꾸하는 데에는 이게 제일 편하군!
이때는 아침부터 무거운 소식이 있어서 맨정신으로 못버티겠는 거야 그래서 청소를 했다 청소기를 계속... 계속 돌렸다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 밥도 진짜 안 넘어가는 기분이었는데 아빠 퇴근하고 와서도 계속 그런 얼굴로 있을 수 없어서 억지로 집어삼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소처럼 까불었다. 아마 내가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아빠도 알겠지. 예전에는 이런 것도 며칠씩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젠 아닌 것 같더라 지쳐서 눈이 감겼고 일어나려고 했을 때는 소위 가위 눌렸다고 표현하는 수면마비가 와서 정신은 깨어있는데 몸은 조금도 움직이질 않아서 너무 힘들었다 이건 아주 예전부터 종종 겪는 일이지만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다.
고등학교 다닐 땐 내가 21살이면 죽을 줄 알았고 20대 초반에는 내가 28살이면 죽을 줄 알았다. 내가 나를 죽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지금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 방에서 멀쩡히 숨쉬고 있다. 늘 행복하진 않아도 매일 웃을 일이 몇가지씩은 꼭 있더라. 꼭 살아있으려고 의식해서 노력하지도 않았고 반대로 죽으려고 한 적은 몇번이나 있었다. 그런데도 살아있다는 건 내가 그동안 뭐라도 계속 해왔다는 거지. 그 안에서 살아갈 이유를 조금씩이나마 하루씩이나마 찾아왔다는 거지.
하지만 그런 게 다 물거품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긍정한다고 해도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아 부정 당하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여태까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잘해온 거라 생각했는데 '보통 사람들'한테는 그게 당연한 거고, 또 더 당연한 기준들이 있다. 나한테는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것들. 이럴 때 함께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난 괜찮다고 그냥 애써 웃는 것 뿐이다. 정말, 그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3월 12일 수요일
솔직하게, 나는 집안일이 아직도 서툰 부분이 많다. 참고로 내가 집안일을 시작한 나이는 13살이다. 부모님을 도와준 게 아니라 동생이랑 그냥 전반적인 집안일을 다 도맡아서 했다. 엄마랑 헤어졌고, 아빠는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집안일+강아지와 고양이의 케어까지 전부 해야했다.
여기서 신기한 건 더더 어릴적부터 드러났던 남매의 성향이다. 마트에 가면 나는 늘 문구코너 앞에서 침 흘리고 있었고, 동생은 세제, 샴푸, 비누 같은 코너 앞에서 상품 하나하나 다 보고 뒷면에 뭐라고 적혀있는지까지 다 읽었다는 거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문구오타쿠이고 동생은 모든 집안일을 깔끔하게 완벽하게 해내는 멋진 어른이 되었다.
나빼곤 두사람이 남자인 이 집에서 나는 집안일이 좀 서툴어도 싫은 소리 듣지 않는다. 이 정도면 잘한 거다, 다음엔 이런 부분에 더 신경쓰면 더 잘 될 거다 라고 칭찬해주고 조언해주는 분위기다. 물론 이런 거 외의 일에도 나는... 칭찬해줄수록 잘하는 타입, 지적하고 몰아붙일수록 삐딱선 타는 타입이어서 그걸 알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긴 한데 ㅎㅎ 아무튼 그런 분위기라 좀 부족하더라도 혼자서 해야할 땐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좀 늘었는지 동생이 2차적으로 손대는 부분도 없어졌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밥 먹고 쉬기만 하기 가능(예전에는 내가 사고쳐놓은 것들 수습하기도 했음, 사고뭉치 막내 같은 누나...) 오히려 더 편해보이니까 뿌듯하다...

3월 13일 목요일
2주만에 받은 웨투페 통판 너무 예뻐서 소리질러,,!!! 요즘엔 예쁜 스티커보다 예쁜 마테들이 눈에 들어오니 정신이 혼미하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고 무지성으로 고르다보면 유행템+취향템으로 범벅이 되는 장바구니... 요즘엔 비슷한 분위기의 마테가 있다~ 하면 구매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중 ㅎㅎ...
아랫동네에서 우리동네까지 내려가는 데에 버스로는 5분, 내 걸음걸이로는 25분.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기 때문에 산책 기분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금방 괜찮아지더라 앞으로도 날 좋으면 한번씩 걸어내려가야지!

3월 14일 금요일
흑백 다꾸에 핑크 한스푼, 노랑 반스푼! 마테도 스티커도 알숫스도 전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 것들 뿐이라서 애착이 가는 페이지다ㅎㅎ
이날 블리치 상극담까지 다 봤다... 무슨 천년혈전 내내 영화 보는 느낌이었다 색감이 색감이... 흑백만화로는 절대 낼 수 없는 분위기를 너무 잘 잡아내서 미쳤다 싶었음 이제 마지막 화진담은 올해 4분기나 내년에 나올 거라고 하는데 진짜 웃기지만 가끔은 이런 게 내 생명연장이 됨..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까지 살아야할 이유가 이거 하나로도 족하게 된다고ㅠㅋㅋㅋ
블리치는 내가 소년만화 취향을 가지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준 작품이다. 마음의 고향은 소울소사이어티다... 라고 말하는 그런 부류임ㅋㅋㅋ 너무 질질 끄네, 주인공이 약해보이네, 허세가 너무 심하네 하더라도 그 세계관의 분위기나 은근히 보기 드문 검객 스타일의 주인공이나 각 부대마다의 개성도 재밌었고 마지막으로 캐디. 그놈의 미친 캐디. 이게 진짜 맛도리인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에 무려 오백원 건다.

3월 15일 토요일
이 다꾸 색감 너무 좋다 요즘 사카데이 다시 은은하게 버닝 중임 근데 내가 좋아하는 사카데이는 애니가 아닌 만화인 것... 지금 이 글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1쿨 다 끝난 상태인데 아휴... 애니화 소식 들었을 때는 기대 많이함 👉 PV 뜨고 실망 개실망 👉 1화 시작되고 봐줄만은 한데 내가 생각한 건 절대 이게 아니야 👉 중간쯤부터 조금씩 더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생각한 건 절대 이게 아니야 👉 1쿨 종료
그래 초반부는 개그물 성향이 강하니까 이렇게 진행했다고 치자 근데 2쿨부터는 어두운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계속 이 느낌으로 간다하면 진짜 개열받을 것 같음 꼬우면 안보면 그만? 아니지 내 장르가 얼마나 맛도리인데 애니만 본 사람들은 그저 그런 히마쯔부시 정도로 생각하고 말 거잖아 그게 아쉬운 거야... 만화는 진짜 액션 작화도 화려하고 인물들도 다 수려한데 애니에서는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없으니까 ㅠㅠ